저는 수학 교습소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습니다. 아이를 키우는 지금도 공부에 대한 궁금증과 의문은 계속 가지고 있는데요. 입시와 취업에 대한 트렌드는 달라졌을지 몰라도 공부 자체에 대한 고민들은 그대로인 것 같아요. 그런 고민들과 에피소드, 방법에 대한 부분들을 나누고자 합니다.
성적은 책상에 엉덩이를 붙인 시간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잖아요. 그래서 더 열심히, 더 꼼꼼하게 하려고 노력했죠. 그런데 이상하게도, 그렇게 열심히 했던 시기에는 오히려 성적이 잘 오르지 않았습니다.
오히려 공부를 잘하려고 하지 않았더니 성적이 올랐어요. 저는 그 이유가 뭘까 계속 궁금했어요.

공부를 많이 했다는 착각
제가 가르쳤던 아이들 중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아이가 있었습니다. 교과서 한 페이지를 보더라도 모든 문장을 완전히 이해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고 특히 수학 같은 경우도 왜 이런 공식이 나왔는지 이해되지 않으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를 못했어요. 그래서 한 단원을 공부하는 데에도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.
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.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진도를 나가는 속도가 느려졌고, 전체적인 흐름을 잡지 못한 채 부분적인 내용에만 집착하게 되었습니다. 게다가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고, 막상 문제를 풀 때는 적용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.
또 하나의 문제는 공부를 많이 했다는 착각이었습니다. 책상에 오래 앉아 있고, 노트를 열심히 정리하다 보니 스스로는 충분히 공부했다고 느꼈습니다. 하지만 시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. 오래 공부하는 것과 잘 공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어요.
대충 이라도 끝까지 가보자
한번 자리잡힌 습관은 쉽게 바꾸기가 어려웠어요. 그러나 막상 이런 결과가 반복되자 그동안 제 말을 잘 듣지 않았던 아이의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어요.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, 일단 빠르게 한 번 끝까지 보는 방식으로 공부를 해보기로 한 것입니다. 쉽게 말해, 대충이라도 끝까지 가보자는 전략이었습니다.
처음에는 굉장히 불안해 했습니다. 이해가 덜 된 상태로 넘어간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. 하지만 공부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라 계속 진행했습니다. 한 달 정도 지나자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.
가장 큰 변화는 반복 횟수가 늘어났다는 점입니다. 예전에는 한 번 공부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면, 이제는 빠르게 여러 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. 처음에는 60% 정도 이해하고 넘어가고, 두 번째, 세 번째 반복하면서 점점 이해도를 높여가는 방식이었습니다.
또한 부담감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.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이 사라지니 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훨씬 쉬워졌고, 중간에 포기하는 일도 줄어들었습니다. 이해 안되는 부분에 걸리면 여전히 스트레스는 좀 받았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습니다.
그리고 의외였던 점은, 이렇게 덜 완벽하게 공부했는데도 오히려 기억이 더 오래 남았다는 사실입니다. 여러 번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.
핵심은 반복과 지속
이 경험을 통해 저는 성적이 오른 이유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. 핵심은 완벽함이 아니라 반복과 지속성에 있었습니다.
첫 번째 이유는 반복입니다. 사람의 뇌는 한 번에 완벽하게 이해한 내용보다, 여러 번 접한 정보를 더 잘 기억합니다. 빠르게 여러 번 보는 것이, 느리게 한 번 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던 이유입니다.
두 번째는 지속 가능성입니다. 완벽을 추구하는 공부는 오래 유지하기 어렵습니다. 금방 지치고,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. 반면, 부담을 줄인 공부는 꾸준히 이어갈 수 있습니다. 결국 성적은 하루의 노력보다, 누적된 시간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.
세 번째는 실수를 통한 학습입니다. 예전에는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했다면, 이제는 실수를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. 문제를 틀리면서 어디서 헷갈리는지를 알게 되었고, 암기가 잘 되지 않았던 부분도 여러 번 반복하고 체크하면서 자연스럽게 되어졌습니다.
결과적으로, 더 적은 부담으로 더 많은 반복을 하게 되었고, 그것이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습니다.
공부는 반드시 힘들고 완벽해야만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. 오히려 조금은 느슨하게, 조금은 부족하게 시작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. 만약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, 더 노력하기보다 방향을 바꿔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.
시작은 덜 완벽하게 공부하는 것이, 오히려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.